겉옷 두른 나무
Posted 2019. 3.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계원대 본관 앞 나무 하나가 흰 겉옷을 두르고 한겨울을 지냈다. 이 캠퍼스엔 멋드러진 소나무들을 위시해 수많은 나무들이 심겨 있고, 학교 주위도 모락산 자락인지라 온통 나무들 세상인데, 다른 나무들에는 입히지 않은 옷을 이 나무에게만 입혔다. 특별히 추위에 약한 나무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본관 앞에 있는 나무라 특별 관리를 하는지 밑에서부터 잔 가지로 갈라지기 전까지 하얀 테이프를 꼼꼼하고 맵시 있게 칭칭 동여맸다.
3한4미란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던 올 겨울은 강추위와 눈 소식은 덜했지만, 그래도 한파와 냉기를 견뎌내도록 학교측에서 미리 손을 써둔 모양이다. 봄에 꽃이 피면 무척 볼만한 벚나무로 보이는데(벚나무는 이렇게 감쌀 필요 없고, 배롱나무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나목(裸木)들 사이에서 군계일학까진 아니어도 특별한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늦가을부터 이런 차림이었는데, 그땐 단풍든 나무들 사이에서 고혹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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