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새것으로만 채우지 않기를
Posted 2019. 4. 9. 06:53,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집에서 가까운 남한산성도 그렇지만 한동안 중간중간 훼파된 채 방치돼 있던 서울성곽길도
착착 보수가 이루어져 요즘은 등산과 산책의 좋은 풍경이 되고 있다. 길 이름도 아예 고풍스럽게
산성길, 성곽길로 붙인 게 외려 친근하게 들리는데, 성곽 또는 성벽을 마주하고 걷는 느낌이
신선하다. 서울 도심에 있는 높지 않은 산 인왕산은 등산로에 접어들자마자 성곽이 나타난
걸 보면, 예전엔 한양 또는 한성의 경계가 이쯤 되었으리라 짐작케 한다.
대체로 새 돌을 깍고 다듬어 예쁘장하게 보수해 놓아 볼만 하고, 예전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그려볼 수 있는데, 걷다 보니 수백년의 역사와 연륜도 느껴졌지만 돌을 너무 기계로 칼 같이
자르고 다듬어 조금 지나치게 깔끔해 보이는 게 옥에 티였다. 어차피 수백년 전란과 풍상을
겪으면서 온전하게 보존되지 않았던 거라면 너무 현대식으로 깔금하게 복원하기보다는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으로 손대는 게 어떨까 싶기도 했다.
조금 더 올라가 정상을 지나 내려가는 길엔 그래도 중간중간 예전 모습을 하고 있는 성곽이
보였는데, 신구의 조화라고 할까, 외려 보기 좋았다. 물론 이 돌들도 축성 당시의 것일지, 아니면
중간에 보수한 것일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너무 빳빳하고 깔끔떨지 않는 게 보기 좋았다.
좀 더 내려가니 바깥쪽 돌담도 볼 수 있었는데, 흙먼지로 시커멓게 된 부분이 제법 길게 남아
있어 좀 더 원형을 상상하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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