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기설기 철근못
Posted 2019. 7.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출발해 검단산 정상에 이르려면 막바지에 헐떡고개를 지나야
한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길게 이어지는 이 구간은 빠르게는 10분, 천천히는 20분 정도
걸리는데, 경사가 제법 있는지라 숨이 가빠지고 헐떡거리게 만드는 데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이 구간을 지나다 보면 오래된 철도 침목으로 놓은 나무 계단 귀퉁이가 부스러지고 갈라져
있는 걸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그만큼 힘들고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았다는 표다.
웬만하면 그냥 내버려두지만, 상태가 안 좋거나, 안 좋아질 것 같은 건 주변 나무
기둥이나 위 아래 나무계단과 연결시켜 놓는데, 나무를 덧대기도 하고 철근을 양쪽으로
박기도 하고, 철끈으로 동여매기도 하는 등 응급조치를 해 놓는다. 그 중 어떤 데는 더 이상
보수할 게 없을 정도로 탄탄하고 치밀하게 얼기설기 작업해 놓았는데, 새 침목을 갖다
놓으면 한 큐에 끝낼 수 있겠지만, 그게 쉽게 맘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심지어 어떤 데는 안전로프용 나무 기둥을 박기 위해 굳혀 놓은 콘크리트의 노출된
부분과 그 옆의 돌계단을 철근으로 연결시켜 놓기도 하는데, 일종의 강 대 강 공법인
셈이다. 이게 다 더 이상 흔들거리거나 나뒹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등산로 정비 장인들의
노력의 흔적이자 영광의 상처이자 고육지책일 테니, 여기를 지날 때마다 숨도 돌릴 겸
지켜봐 주는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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