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을 입히다
Posted 2019. 7.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한여름 숲길은 푸르디 푸른 초록 일색이다. 초겨울 낙엽부터 시작해 한겨울과 초봄까지
그렇게 신록과 초록의 계절이 오길 기다렸건만,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이렇게 초록 일색이
되면 다시 지루해 하면서 단풍과 갈색 낙엽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하니 말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듯 요즘 산길을 걷다 보면 작은 노란 잎들이 초록 잎 위에 뚝뚝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장마철이기도 하고 태풍 언저리로 비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인지 산길엔 제법 노란 잎들이
떨어져 있거나 뒹굴고 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크기라 가지에 붙어 있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모양도 크기도 앉은 자리도 각양각색이었지만, 초록 일색의 산길의 심심함을 조금은 덜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노란 잎들이 길가의 이런저런 나뭇잎들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키 큰 나뭇가지로부터 떨어지다 보니 풀이나 나뭇잎 위뿐 아니라 바위를 덮은 이끼 위에도,
그리고 나무 등걸 위에도 바람 따라 구르고 있었다. 이런 바위와 등걸은 낙엽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지 노란 잎뿐 아니라 갈색으로 변해 버린 잎들도 찾아와 함께 어울리고 있는데,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아마 좀더 깊은 숲길로 들어가면 노란 잎들이 나무와 바위들 사이에서 또 다른 콜라보를
이루고 있을 텐데, 높은 습도를 핑계삼아 천천히 걸으면서 이들의 생태계를 구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