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숲길
Posted 2019. 7.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동네 숲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신갈나무다.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와 함께 우리땅에서 많이 자라는 참나무(Oak) 6형제 가운데 하나이다. 소나무나 전나무, 자작나무 숲 같은 독특하고 깊은 멋은 없어도 워낙 흔하고 많아서 숲에 들어서는 순간 산길에 왔다는 안도감과 익숙한 편안함을 준다.
모락산 사인암 가는 길에도 신갈나무가 즐비한데, 쉼터 옆에 키 작은 신갈나무 잎들이 눈을 끌었다. 보통 10미터는 되는 나무인데, 이 나무들은 1미터 남짓 작달막 했다. 그러니까 모양은 줄기 없이 자라는 관목 형태였다. 이들이 맺고 있는 잎은 그 옆에 자라고 있는 보통의 신갈나무 잎들과 별다를 게 없이 컸는데,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베이비 신갈나무들이 줄기와 가지를 길게 뻗기 전에 이파리부터 자라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다.
또 다른 가능성은, 큰 나무 옆에 바짝 붙어 자라다가 전체 숲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베임을 당해 죽은 건 같았던 밑둥에서 새 가지가 자라기 시작했으리란 것이다. 마치 고목에 꽃이 핀 모양이 된 건데, 이게 현실적으로 더 타당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파리들 사이로 밑둥이 보였는데, 다 죽은 줄 알았던 게 시간이 흐르면서 이리저리 가지를 뻗기 시작하자 성미 급한 녀석들이 반갑다며 그 가지 끝에 잎으로 매달린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