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마중길
Posted 2019. 8.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봄가을에도 잘 안 걷는 서울 도심을 한여름애 걷는 재미를 두 번 느꼈다. 한 번은 덕수궁 서소문에서 출발해 청계천변을 따라 세운상가와 광장시장까지 강북 도심을 걸었고, 또 한 번은 양재역에서 시작해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잘 조성된 길마중길이란 산책로를 따라 서초역까지 강남 도심을 각각 걸었다. 두 번 다 35도에 육박하는 뙤약볕이었지만, 다음 목적지까지 갈아타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걸어본 건데, 뜻밖의 재미가 있었다.
그 중 길마중길은 경부고속도로를 옆에 끼고 만들어진 숲길인데, 서울에, 강남에 이런 길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숲길이어서 도무지 강남 같지 않았다. 청계산에서 한강까지 연결돼 있다는데, 내가 우연히 접어든 길은 중간 부분쯤 되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육교나 진출입할 수 있는 길이 놓여 있었다.
메타세콰이어도 심어 있었고, 벤치와 운동시설도 군데군데 설치해 놓았는데, 자전거도 안 다니는 순수 보행길이란 특색이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끼고 있어 시끄러울 것 같지만, 방음벽과 울창한 나무 숲이 소음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톡톡이해 별로 못 느꼈다. 강남 노른자 땅에 이런 도심 산책로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고, 고속도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마련된 산책로가 멋진 삼중주를 이루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