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여행3 - 오죽헌
Posted 2019. 9.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현지인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보통 강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경포대와 오죽헌이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 번쯤 들려야 할 곳 리스트에 이 두 곳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기회에 두세 번 갔던 동네인지라 두 곳 다 잠깐씩은 본 적이 있지만, 오래된 기억이고 가족여행으론 처음인지라 첫날 오후엔 오죽헌을, 둘째날 오전엔 경포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모자가 5만원권과 5천원권 모델인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의 생가인 오죽헌은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너무 깔끔해 보이는 건 감상에 조금 마이너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옛 정취를 별로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은 둘러보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곳이었다. 오죽헌 안의 천정 들보들엔 옛 문사들의 시문이 목각 형태로 잔뜩 둘러 있었는데, 쏼라쏼라 써 있어 뭐라고 노래했는지 풀이해 주는 해설 브로셔 정도는 준비돼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경내엔 까마귀 오 대나무 죽을 따서 붙인 이름답게 오죽(烏竹)이 많았다. 다른 데선 쉬 볼 수 없는 빽빽한 까만색 대나무 줄기들이 반겨주었는데, 하늘과 주위를 가릴 만큼 좀 더 굵으면 정말 볼만 하겠다 싶었다. 율곡 선생 살던 때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죽 구경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졌다.
오죽 말고도 우리를 반겨준 것이 또 있었다. 오죽헌에 들어서자마자 진분홍색 꽃이 소담하게 달린 나무들이 시선을 끌었는데, 배롱나무(木百日紅)였다. 꽃은 화사하고 줄기는 매끈해 한 번 이름을 알아두면 까먹을 일은 없겠다 싶었다. 경내 여기저기에 많이 심겨 있었는데, 시화에 능했던 사임당도 이 나무와 꽃을 노래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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