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쭉이
Posted 2019. 10.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얼마 안 지나 쭉쭉빽빽 길게 뻗은 낙엽송 구간을 만난다.
10m는 족히 넘고 20m는 조금 안 돼 보이는데, 하늘을 완전히 덮고 있진 않아도 벌써 깊은
산중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위엄 있게 서 있다. 마치 연도에 도열한 군사들을 사열하는 느낌을
주는데, 어떤 땐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컴컴해 보이기까지 하다. 낙엽송은 그리 잘
생긴 나무는 아니지만, 함께 모여 숲을 이룰 때 특별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 같다.
얼마 전부터 나무들 사이로 삐쭉 솟아 있는 느낌을 주는 게 있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이파리들과 가지를 쳐낸 낙엽송이었다. 무슨 연유로 이런 모습을 하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삐쩍 마른 홀쭉한 키가 더욱 돋보였다. 간혹 번개를 맞아 가지가 자연스레 부러져 나간 것들은
봤어도 이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중간쯤에 두어 가지가 남아 있는 걸 보니 누군가
낙엽송이 얼마나 크고 긴 나무인지 보여주려 이리 다듬었나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