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그림 찾기
Posted 2019. 10.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길에선 꽃이나 나무를 볼 때 전체적인 풍경의 하나로 보게 되지, 자세히 응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가 한창인데, 이성산 가는 길가에 한데 어울려
바람에 날리는 꽃숲을 지나다가 문득 한 송이가 눈길을 잡아 당겼다. 주위에 피어난 다른
꽃잎들에 비해 유난히 활짝 펼쳐진 꽃잎들이 대칭을 이루며 반듯하다 못해 거의 완벽한
정팔각 구도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에서 볼 땐 거의 완벽한 대칭 구조다 싶었는데, 찍힌 사진을 모니터로 자세히 보노라니
역시 꽃잎들 길이며 간격이며 끝모양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특히 세 갈래씩 나 있는 다른
꽃잎들과는 달리 아랫쪽 꽃잎들은 네 갈래로 돼 있는 것도 신기했다. 마치 틀린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 들어 이리저리 요것저것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사실 이렇게 하나하나 뜯어보는 건 약간의 재미는 있지만,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아름답게 느껴지는 사람 얼굴에 돋보기를 들이대며 관찰하다가
그리 아니했음만 못한 결과를 얻는 것과 비슷한 형국일 테니 말이다. 괜히 틀린 그림 찾으려다가
몰라도 될, 그냥 넘어가도 됐을 흠을 보고 씁쓸해질 필요까진 없겠다 싶었다. 꽃은 그냥
꽃으로 보고 즐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