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뗏목 벤치
Posted 2019. 10.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 등산로 한켠에 커다란 뗏목 하나가 놓여 있다. 4, 5미터 정도 되는데, 침목처럼
생긴 네모 면과. 그보다 작은 둥근 통나무 5개를 얼기설기 엮어 제법 견고해 보이고 물에도
잘 뜰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산중에 진짜 뗏목은 아니고, 그처럼 생긴 벤치에 내가 이름 붙여 본
것이다.^^ 첫 번째 쉼터를 앞두고 몇 군데 간격을 두고 두어 개씩 놓여 있는데, 그 옆으로
물이 흘러 땀이 많이 흐르는 한여름엔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 이즈음엔 산을 오르는 게 조금 수월해져서인지
앉아서 쉬는 이들은 별로 안 보이는데, 그래도 산행 초보자들이나 가족이나 일행과 함께
오면 대개는 잠시 앉았다 가곤 한다. 훤칠한 낙엽송을 배경으로 숲길에 놓인 이 뗏목벤치는
내게도 20여년간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 요즘은 올라갈 때보다 오히려 내려올 때
잠시 앉았다 오곤 하는데, 세 시간 정도 걸은 발바닥이 조금 지친 기운을 보여서다.
겨울이 오고 눈이 쌓이면 다시 인기를 되찾는데, 이쯤에서 아이젠을 꺼내 신거나, 벗어서
바닥에 낀 눈 털어내기 좋은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뗏목 본래의 기능만 안 할 뿐 어쩌면
뗏목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을 둘러싼 낙엽송의 성장은 물론 산을 찾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컨디션도 살펴왔을 테니, 이만하면 검단산의 터줏대감 중 하나라 불러도
무방할듯 싶다. 절묘한 벤치 받침대 (8/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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