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회냉면
Posted 2019. 11.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신촌에서 모임을 마치고 점심으로 일행 중 하나가 연희동 일대에선 제법 알려졌다는 냉면집 청솔로 차를 몰았다. 함흥냉면 계열이었는데, 회냉면(만원)을 시켰다. 주문할 때 사리도 더 달라고 하고 왕만두(6개, 7천원)도 시켰다. 나중에 보니 사리는 따로 값을 받진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중에 여사장으로 보이는 분이 점심 장사 끝물이라 인심 쓴 건지, 녹두전까지 서비스로 주어서 므훗한 점심이 됐다.
양은 보통 사람이 먹기에 작아 보이진 않았는데, 우리 같은 냉면러버들은 사리가 추가되지 않았다면 서운할 뻔 했다. 이런 냉면집에 가면 보통 두 가지 풍경이 공통적으로 연출되곤 한다. 냉면과 함께 갖다 주는 가위로 십자 또는 더 잘게 잘라 먹고, 겨자와 식초를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휘휘 둘러 먹는 풍경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나는 둘 다 거부한다. 조금 질기긴 했지만 못 끊어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대개 기본 간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주전자로 나오는 뜨거운 육수는 먹기 전후 최소 세 잔 정도는 비빔냉면류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후후 불어가면서 마셔주었다. 육수맛이 나쁘지 않았다. 꽤 잘 되는 집 같아 보였는데, 교회 다니는 분들인지 곳곳에 잘 되고 복 받으라는 신구약 성경구절 나무판이 걸려 있었다. 개업 때 지인들의 선물이겠지만, 안 믿는 이들이 부적을 붙여 놓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꼭 성경구절을 내걸고 싶으면 불신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게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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