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낙엽
Posted 2019. 11.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보통 동네산길에서 볼 수 있는 큰 나뭇잎은 신갈나무 잎이다. 길이와 폭이 각각 한 뼘쯤 되어 옛날엔 두세 장을 겹쳐 짚신 대용으로도 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큰 나뭇잎은 후박나무인데, 줄기는 매끈하고 호리호리한데, 맺는 잎은 어찌나 큰지 보통 30cm부터 큰 건 50cm 가까운 것들도 있다. 치렁치렁하다 못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면 어른 발 두 배 크기는 족히 되는 낙엽 군락이 장관을 연출하곤 한다.
후박나무를 처음 본 건 5년 전 이맘때 사무실 앞 모락산에서였다. 높은 데도 아니고 등산로 초입이었지만 후미진 곳에 있어 못 알아보다가 길가에 어지러이 떨어져 있는 거인 신발 같이 생긴 낙엽(12/19/14)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후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나무의 생김새며 낙엽 지는 시기를 확인하곤 했더랬다. 지난주에 갔던 이성산길에서도 다시 후박나무를 만났는데, 아직 가지에 달려 있는 나뭇잎들이 반겨주었다.
후박나무는 봄여름에는 잎이 이 정도 크기로 자라지 않아 눈에 잘 안 띄다가 가을이 깊어지면 낙엽으로 비로소 존재감을 과시한다. 처음 후박나무 낙엽을 봤을 땐, 그 거대하고 육중한 실체가 마치 조용한 지구 행성에 떨어진 외계 비행체인 줄 알았을 정도이다.^^ 지금이 후박나무 낙엽 감상하기 좋은 땐데, 짙은 갈색이지만 거의 반 이상이 뒤집힌 채로 밝은 회색조를 띄어 멀리서 보면 공룡알 같기도 하고, 커다란 부채 같기도 해서 살짝 신비한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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