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거리며 산이며 단풍 명가들(길을 뜻하는 名街로 썼는데, 잘 알려졌다는 의미로 名家로 써도 될듯 싶다)이 많은데, 그쯤은 아니어도 늦가을 채색으로 단장한 동네산길도 눈길, 발길을 가볍게 해 준다. 고개를 들면 단풍 든 나무들이. 발 아래는 수북한 낙엽들로 잘 차려진 성찬(盛饌, 진수성찬 할 때 그 성찬이다)을 대하는 기분이다. 산길이 아니라 평지였다면 찾는이들로 난리법석, 인산인해를 이루는 멋진 산책길이 됐을 법한 길이 부지기수다.
검단산을 위시해 이성산, 예봉산, 남한산 등 우리 동네산들은 붉은 단풍이 많지 않은 게 살짝 아쉽지만, 그래서 외려 가끔씩 만나는 붉은 단풍 든 나무들은 반가움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만드는 것 같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기 그지없는 단풍길이었더라면 이렇게 편하고 푸근한 마음보다는 실속없이 덩달아 들뜨게 만들었을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홍조를 비취는 이런 산길이 마음에 쏙 들고 발걸음을 수월하게 이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