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집 김치찌개
Posted 2019. 12.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거의 40년 만에 광화문집을 들렸다. 아주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가기 어려웠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에 있는 유명한 김치찌개 집인데, 간판과 외관부터 허름하고 자그마한 식당 안 모습까지 거의 옛 모습 그대로였다. 어떻게 여태껏 개발 바람을 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나 모르겠다.
아침부터 아내를 합창공연장에 데려다 주고 g와 새문안교회에서 만나 2시 예배를 드리고, 함께 공연장에 가기 전에 늦은 점심을 해야 했다. 평냉홀릭인 g는 근처에 있다는 능라도를 가자고 했지만, 전 날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데다 아침부터 움직이느라 지치고 배가 고팠던 나는김치찌개 생각이 간절했고, 불현듯 이 집을 생각해 낸 것이다.
광화문은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운 동네다. 빌딩들이 세워지기 전인 예전엔 더 그랬던 것 같은데, 칼바람이 부는 정월 엄동설한에 뜨거운 김치찌개를 후후 불어가며 먹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면서도 그 맛은 여전했다. 이 자리가 아니라 지금은 없어진 길 건너 국도극장 골목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만 빼고.
노포의 위엄이랄까 아우라를 갖고 있으면서도 7천원 받는 김치찌개는 명불허전이 따로없었다. 한 마디로 깔끔한 맛이라 하면 될지, 아니면 시원한 맛이라 하면 될지, 하여간에 뭔가 맛을 내려 이것저것 애쓰지 않아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김치찌개 본연의 맛을 간직하고 있었다. 5천원 받는 계란말이는 비주얼 그대로 푸짐하지만 지극히 평범한데, 주메뉴인 김치찌개 맛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깊은 뜻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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