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3색전
Posted 2020. 1.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설날이다. 어렸을 때 식구들이 모여 설 음식 만들어 먹던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데, 떡국과 만두, 식혜도 떠오르지만, 그래도 역시 명절 음식을 대표하는 건 뭐니뭐니 해도 전(煎)이다. 요즘 같은 아파트가 아닌 추운 부엌이나 마루에서 뒤집힌 솥뚜껑에 기름을 크게 두른 다음 녹두전이며 동그랑땡, 동태전, 넓적한 두부 등과 함께 3색전까지 곁들이면 채반 가득 부자가 된 듯 싶었다. 명절 음식을 안 한 지도 몇 년 됐는데, 이젠 아련한 그리움이 되었다.
가끔 심심하거나 출출할 때 나름대로 3색전을 만들어 먹는다. 명절 3색전에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지만,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그때 그때 구색을 맞춰 어쨌든 세 가지를 부쳐 큰 접시에 담으면 간단한 3색전이 된다. 지난 주말 점심으로 부친 건 호박전과 스팸전 그리고 명란을 조금 넣은 계란전이다. 이게 무슨 3색전이냐, 말도 안 된다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엄연히 세 가지에 세 색이 나왔으니 조촐한 3색전 되시겠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부추전, 참치에 양파 잘게 썰어 참치전이나, 쉽게는 계란에 시금치를 넣을 수도 있겠고, 정 귀찮을 땐 이 중 하나를 군만두로 대체해도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가능하면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다양한 색을 내는 것이다. 긴 명절 연휴, 나가서 뭐 사 먹을까 고민들하지 마시고, 냉장고 뒤져 나름대로 3색전들 만들어 드시라. 하다 못해 남은 나물이나 반찬으로 3색 비빔밥이라도. 어쨌든 즐거운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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