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성취, 도루묵찌개
Posted 2020. 1. 1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겨울이 되면 아내는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도루묵, 양미리 얘기를 종종 한다. 뜨끈한 국물을 한 입 넣고 깨물 때마다 톡톡 터지는 도루묵 알맛과 꾸덕꾸덕한 양미리 맛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사다 먹어도 되고, 잘하는 식당을 찾아가서 먹을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 어른들이 해주시던 맛과 분위기가 그리운 것일 게다. 같은 시대를 살았으니 나도 여러 번 먹긴 했을 텐데,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어서 적극 호응하지 못했다.
토요일 강릉 안목해변 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 점심으로 생선찜 식당을 갔는데, 예약을 안했으면 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근처 다른 식당을 찾았다. 찜은 아니고 조림 전문 식당인데, 가오리찜을 필두로 장치, 망치 등 이름도 재밌는 동해안에서 나는 생선들 사이에 도루묵 조림이 있길래 시켰다. 다행히 알이 흐물흐물해지기 전에 막차로 도루묵 맛을 보게 됐다는 주인의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10분간 센 불에 조린 후 뚜껑을 열자 뿌연 김을 내뿜는 냄비 바닥에 깔려 있던 알배기 도루묵들이 자태를 드러냈다. 반갑다, 도루묵들아! 국물맛도 시원하고, 도루묵 알이며 살이 밥도둑까진 아니어도 밥맛을 돋우었다. 도루묵 타령하던 아내도 오랜만에 한그릇을 뚝딱 비우는 것 같았다. 이런 생선 조림은 메인인 생선도 중요하지만, 감자, 두부, 무 등 조연급의 활약도 중요한데, 죄다 내 차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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