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검단산 너덜구간
Posted 2020. 2.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겨울산의 묘미는 설경을 보고 눈길을 걷는 것이다. 연신 허연 입김을 뿜고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맹렬한 추위가 찾아오더라도 눈길이 없으면 뭐 빠진 뭐
같아 보이기 십상이다. 12월, 1월 지나고 2월이 흘러가는데도 올겨울은 정말 눈소식이 없다.
검단산도 속절없이 눈 없는 산길만 보여주다가 지난주에 잠깐 눈이 내려 놓칠세라 그 다음날
훌쩍 갔다 왔다.
뽀드득 소리를 낼 정도로 쌓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올겨울 들어 처음 제대로 보는 설경을
누렸다. 너덜구간도 눈이 쌓여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하지만 풍경은 풍경이고, 가볍게 쌓인
눈이지만, 바위 구간에 눈이 쌓이면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아진다. 평소엔 훌쩍 올라가던
바위길도 잘 가늠이 안 돼 배는 신중해진다. 다행히 밧줄이 있는 데는 도움을 받았지만,
없는 데는 조금 망설이다가 옆으로 우회해야 했다.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눈이 안 내렸을 땐 웬만한 데는 밧줄을 붙잡지 않고도 손과 발만으로 건널 만한 구간인데,
눈이 쌓이거나 덮여 있으면, 그것도 살짝 덮이면 미끄러운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워 신중해진다.
바위에 박아 단단히 고정시키고 늘어뜨린 밧줄 서너 개가 그렇게 요긴할 수가 없다. 요즘은 걸음이
느려져 이 구간까지 가는 데만 한 시간이 훨씬 더 걸리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밟아본
검단산길 가운데 가장 시원하고 가벼운 스릴까지 느끼게 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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