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 등산로
Posted 2020. 2.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2월 첫날은 따스한 주말이었는데, 뉴스는 온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도배됐고, 거리는
한산했다. 미세먼지까지 찾아와 전체적으로 뿌옇고 잿빛 분위기가 연출됐다. 마트도 극장도
조심스럽기 그지없는데, 너무 집안에만 있는 것 같아 점심 먹고 검단산을 찾았다. 요즘은 거의
애니고 방면 등산로로 갔다가 다시 내려오곤 했는데, 오랜만에 유길준 묘역 방면으로 접어들었다.
토요일 오후지만, 평일에 비해 조금 더한 등산객들이 보였다.
유길준 묘역 지나 팔당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까진 돌계단이 길게 나 있어 다리힘을 빼는데,
경사진 길이 지그재그로 계속 이어진다. 반대쪽 헐떡고개만큼은 아니어도 만만찮은데, 처음
이 길을 오를 땐 쉬었다 갔다를 반복하면서 땸깨나 흘렸다. 이쪽으로 오르는 큰 매력은 여길 지나
전망대를 통과하면 나오는 바위를 타는 너덜구간(7/11/16) 때문이다. 긴 계단 등산로가 놓여
있지만, 조금 불편해도 바위를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고, 팔당변 시원한 전망도 확보된다.
그래도 그건 일단 이 구간을 지나야만 맛볼 수 있고, 이 구간을 통과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바닥만 내려다 보면서 Left Turn, Right Turn을 몇 차례 거듭하면서 한동안 오르다
보니 어느새 능선에 이르렀다. 속으로 죽었다 복창하면서 약간의 인내를 발휘해 타박타박 오르다
보면 거짓말처럼 힘든 구간들이 끝나 있는 경우가 많다. 올라갈 땐 죽을 맛이지만 오르고
나니 지그재그 등산로가 아니었다면 배는 힘들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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