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시간에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할까
Posted 2020. 2.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
지난 주일엔 조금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예배당에 들어서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본당이
4-6층이다) 안내위원으로 보이는 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로비에 들어서는 교우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았었다. 그런데 협조를 부탁한다거나 적극적으로 도우려하기보다는, 이런
시국에 마스크도 안 하고 교회에 오느냐는 투의 조금 딱딱한 표정과 자세였다. 마스크를
나눠주는 번거로움이 다소 사무적인 자세로 나타난 것 같은데, 안습이었다.
할 수 없이 마스크를 하고 계단을 올라 5층에 들어서려는데, 모니터 화면에 안내 사항들이
떠 있고, 교회당 전면 스크린에도 같은 내용이 예배가 시작될 때까지 보였다. 그리고 주보 한 면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실어놓기도 했다. 예배시간엔 담임목사와 사회를 보는 부목사의 구두
광고도 이어졌는데, 일단 노년층 교우들이 많은 전통교회로서 미연에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에 선제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조심스러움과 노파심이 느껴졌다.
좋게 보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 뭐 마스크까지 나눠주는데 이 정도는 기꺼이 협조할 수
있지 싶기도 했지만, 솔직한 심정은 교회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오지랖을 부린다 싶었다.
중간중간 찬송을 부르고, 사도신경을 고백하고, 교독문을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해서 마스크를
끼고 드리는 예배는 영 불편했다. 다른 교우들을 위해 서로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지난 주처럼 알아서들 하게 해도 됐을 텐데.
만약 당분간 이런 마스크 착용 예배를 드려야 한다면, 다음 단계는 굳이 (전염의 온상이
될 수도 있는) 교회당에 가지 않고 온라인 예배에 참여해도 되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OK!
why not? 수천 명이 모이는 공간이라 나름의 고민이 있겠고, 재삼재사 주의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신흥종교집단도 아니고 온 회중이 마스크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낯설고 기괴해
보일 것 같았다. 과유불급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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