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장사진
Posted 2020. 3.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
길게 늘어선 줄을 뱀 모양에 빗대 장사진(長蛇陣)이라 부른다. 어제 아침 주말 늦잠을 자고
8시 반쯤 주방 베란다 창가에 섰는데, 상가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대기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기역 자로 꺾인 행렬이 족히 6, 70명은 돼 보였으니, 안 보이는
데까지 치면 백여 명이 아침부터 서 있는 것 같았다. 먼저 와서 사 간 이들까지 족히 수백
명이 모여들지 않았나 싶다.
아내와 아침을 먹고 다시 내다보다가 9시 조금 넘어 혹시나 하고 내려가서 끝부분에 줄을
섰는데, 다행히 수를 확인하던 약사 분이 내 뒤 몇 사람까지 살 수 있다며, 그 다음부터는 내일
오라고 안내했다. 늦게 서서 간발의 차로 순번을 놓친 이들이며, 주말 동네산책을 가려던 이들이며
이 구입 행렬에 궁금해 하는 건 매일반이었다. 다행히 길 건너 다른 상가 약국에서도 판다는
말에 사람들은 후다다닥 횡단보도를 건너기 바빠했다.
끝물이어선지 30여 명, 10여 분을 선 끝에 주민등록증을 내고(약사 분이 시스템에 입력해
중복 구입을 체크하는 것 같았다) KF94 마스크 2장을 손에 쥐었다. 3천원에 2장이니, 한 장에
4천원 넘게 받고, 그것도 재고가 없어 허탕치기 일쑤였던 지난주와는 많이 달라진 형편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게 만드는 코로나 19도 문제지만, 어쩌다가 마스크 구입 현상이
이런 형국에 이르렀는지 조금 허탈해진다.
지금은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누구 탓을 할 때가 아니지만, 이런 현상을 초래하는데 기여한(?)
뉴스로 접하는 아마추어 같은 관료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 안 할 수 없겠다. 뻔히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진작 적절한 마스크 공급과 구매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과 혼돈을
불러 일으킨 걸까. 도대체 마스크 공급 방안과 관련해 말을 몇 번이나 바꾼 건가. 부동산 값도
오를 만큼 오른 뒤에야 뒷북 치듯 대책을 내놓는 것과 뭐가 다른 겐가. 아서라,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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