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부재
Posted 2020. 2.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아내가 뉴저지 사는 조카 결혼식에 가서 한 주간 집을 비우고(집을 떠난 것보다 큰 개념이다)
오늘 저녁에 돌아 온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두세 번 며칠씩 출장간 적이 있었지만, 그땐 장모님이
계셔서 빈자리가 별로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8박9일이 왜 그리 긴지, 안 가는지,
무료한지 새삼 느꼈다. 중간중간 카톡 대화며 사진도 받고 보이스톡도 했지만, 텅 빈 것
같은 시공간의 허전함을 달랠 순 없었다. 귀국을 학수고대했다.^^
서로 바쁘게 일했던 젊었을 때와는 영 다른 감정이 느껴졌는데, 이런 부재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무척 견디기 힘들겠구나 싶었다. 겉으로는 무덤덤, 담담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나도
모르게 일렁이는 감정을 추스려야 했다. 새삼 존재감을 절감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거의 매년
며칠에서 한두 주간씩 집을 비우곤 했는데, 내 빈자리가 어땠을지 역지사지하게 됐다.
아내가 없어도 살림은 돌아가야 하니, 집안일이 고스란히 내몫이 됐다.
막내와 아침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마트도 가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했다. 밥은 두 번만
했고, 아내가 소분해 놓은 차돌박이와 돼지불고기를 해 먹었다. 공교롭게도 중간에 막내가
생일이라 둘이서 도미노 피자를 먹었고, 마트 초밥과 치킨도 사다 먹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부대찌개로 며칠 국을 대신하고, 간단하게 만드는 국물 떡볶이, 파스타 등을 해 먹었다. 아, 맥주도
주초에 김사부 보면서 각 일 병씩 마셔 주었다.^^ 이제 공항에 가서 모셔 오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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