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버리기
Posted 2020. 2.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간만에 자발적으로 옷을 버렸다. 십여년 전에 코스트코에서 산 맨투맨 필라 티셔츠인데, 많이
입었는지 옷이 얇아진 것 같고, 입어도 별로 따뜻한 느낌이 안 들고, 살짝 얼룩도 졌길래 아파트
의류 수거함에 방출했다. 여간해선 안 하는 일인데, 이젠 버릴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인지 미련없이
보냈다. 그러고보니 옷이며 책이며 물건을 웬만해선 버리지 않았는데,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왠지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전쟁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가난의 끝자락을 경험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어렸을 때 궁핍까진 아니어도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해서인지 과감하게 사지도 않고, 함부로 버리지도
않는 걸 미덕으로 여겨온 것 같다. 아내는 버릴 건 버려야 새 것을 살 수 있지 않느냐며 조금만 더
과감하게 정리하라지만, 생각보다 잘 안 돼 자꾸 꿍처두게 되는 것 같다. 내쉬빌에서 산 곤색
테네시 맨투맨 셔츠도 보푸라기가 일고 낡은 느낌이 들지만, 아마 그건 차마 못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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