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줄 서기
Posted 2020. 3.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어제는 태어난 해 끝자리로 마스크를 사는 날이었다. 다행히 집 앞이 상가라 바로 아래에 약국이 있고, 이미 월화수 사흘간 구입 행렬을 베란다에서 지켜봤던지라 허둥대지 않고 비교적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었다(먼 데서 와야 하는 이들에겐 미안하다). 8시 반부터 판다고 안내문을 붙여 놓았는데, 새벽잠이 없는지 6시 반부터 와서 기다리는 이들도 일부 있었지만, 7시부터 하나 둘 줄이 이어졌다. 뉴스공장을 듣다가 대충 30분 전쯤 나가서 줄 서면 되겠다 싶었다.
겨울옷을 입고 이어폰으로 다운 받아 둔 새날 팟캐스트 들으면서 가 보니, 대충 앞에 40명 정도가 서 있었고, 곧 내 뒤에도 속속 이어졌다. 앞사람들을 보니 모자까지 뒤집어 쓰고들 있었는데, 10분 정도 지나자 살짝 한기가 느껴져 나도 썼다. 비가 내렸던 엊그제는 우산까지 쓰고들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이 정도 줄 서기는 감지덕지였다. 마스크들을 하고 있어 잘 분간은 안 됐지만, 얼추 남녀가 반 정도씩, 대개 5, 60대로 보였다.
정확히 8시 반이 되자 약사분이 문을 열고 몇 사람씩 들여보내면서 신분증을 걷어 입력하고 두 장씩 판매를 개시했다. 250장이 들어왔다고 하니 125명분인데, 30분 정도에 동이 나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아래층에 사는 어르신 두 분을 만났는데, 베란다에서 지켜보시다가 막판에 급히 내려오신 모양이다. 다행히 이분들까지 사셨으니 뛰는 분, 아니 나는 분들인 셈이다(베란다에서 숫자를 세고 계셨나?^^).
지난달부터 일상적인 출퇴근을 하지 않게 돼 마스크 쓸 일은 그리 많진 않아 아침부터 이렇게 구입 대열에 나서는 게 썩 흔쾌하진 않은데, 요즘은 버스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마트를 가나 안 쓰고 다니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거나 경계하는 분위기라서 일단 해당일에 맞춰 사 둔 것이다(지난 주말에 산 건 막내가 잘 쓰고 다닌다). 다음주 목요일부터는 굳이 줄 서서 사고 싶진 않은데, 이게 마음 먹은 대로 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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