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비슷했는데
Posted 2020. 4.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지난 주말 수원 호매실 부근 밥집에서 점심을 맛나게 먹고, 주변에 길게 나 있는 천변
산책로를 아내와 잠시 걸었다. 도로만 포장돼 있고 별로 가꾸지 않은 길 주위엔 배나무 과수원과
밭들이 보였는데, 비슷한 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끌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였는데, 얼마나
키가 큰지 한참을 우러러봐야 했다. 아직 새 이파리가 돋지 않은 가지들 사이로 제법 큰
새집이 보였는데, 로얄층에 자리 잡은 새들의 안목과 공법이 대단해 보였다.
키와 뻗은 가지가 비슷해 보이는 게 멀리서 보면 한 나무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제법 거리를 두고 심겨 있었다. 마침 밭에서 일하던 분이 나오길래 나무에 대해
여쭈면서 재밌는 사실을 듣게 됐다. 자신이 농사를 시작한 20여년 전에도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둘이 줄기 규모가 거의 같았다고 한다. 그러던 게 이렇게 차이가 생겼다면서 그 비밀을
들려주었다.
차이는 바로 크게 성장한 나무 바로 옆으로 수로가 지나고 있어, 거기에 뿌리를 내린 게
이렇게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됐다는 것이다. 오른쪽 나무도 어디다 내놔도 꿀리지 않을 만큼
잘 자랐지만, 왼쪽 나무는 굵은 줄기만 몇 개가 솟아나오면서 어른 몇이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드리 큰 나무로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이파리들이 생긴 여름엔 꽤나 울창하고
커다란 그늘을 이루면서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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