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산수유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올림픽도로를 달려 삼성역까지 가는데, 두세 주간 사이에 도로 풍경이

확 달라져 있었다. 집에만 머물러 있던 사이에 봄이 성큼 와 있었던 것이다. 바람이며, 가로수며,

강변 풍경이 회색과 갈색조에서 녹색조로 변하면서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집안에서 TV나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는 유가 다른, 느낌이 다른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수요일엔 잠실에 갈 일이 생겨 석촌호수를 조금 걸었는데,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면서

호수 산책로를 걷는 인파가 꽤 많았다. 마스크들을 끼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다들 집에만

있다가 슬슬 기지개를 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버스를 타려 롯데월드몰 입구에 접어 들었는데,

잔디밭에 산수유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을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 멀리서 노란색이면 다

개나리인 줄 알고^^, 산에서 만나는 생강나무와 헷갈린다는 그 산수유 말이다.

 

다들 개나리를 봄의 전령(herald)이라 알고 있지만, 사실 봄이 오는 걸 맨처음 알리는 건

평지에서는 산수유이고, 산에서는 생강나무다. 둘의 생김새는 거의 같은데, 어디서 자라는지만

기억하면 구분하기 쉽다. 롯데 잔디밭에 띄엄띄엄 심은 산수유들은 줄기며 가지가 실한 게

꽃도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많이 피어 봄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석촌호수변을

낮밤으로 화려하게 수 놓는 벚꽃은 아직이었는데, 그것도 곧 소식이 올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