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과 머리
Posted 2020. 8.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어딜 가더라도 (산에서만 빼고는) 줄곧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되면서 불편해지고 번거로워지기도 했지만, 뜻밖에 귀찮은 일이 하나 줄어들었다. 매일 또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하던 면도를 안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사나흘에 한 번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그러다가 이주일에 한 번 하는 식으로 간이 커졌다. 그래도 혼자 사는 세상은 아니기에 보통 너댓새에 한 번 하는 걸로 낙착을 봤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자라는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는 재미가 들렸는데, 사나흘 정도 뾰족하고 따끔거리다가 그 다음부터는 부드러운 느낌으로 바뀌는 게 신기했다. 열흘 정도 되니까 콧수염이 살짝 입에 닿는 느낌이 들었는데, 손에 쥐일 정도로 덮수룩하게 아예 기르면 모를까 그 이상은 아니겠다 싶어졌다. 도시 생활이 아니라 시골에 살면 훨씬 자유로울 것 같긴 한데, 혹 그럴 일이 생기더라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다른 조건이나 상황이 생겨 수염 기르는 걸 막을지도 모르겠다.
3주일 전엔 머리를 깎았는데, 분명 짧지 않게 약간 길게 잘라 달라고 했는데도, 막상 완성된 머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짧았다. 이상하게도, 미용실을 바꿔 가도 늘 짧게 잘라 놓는데, 아무래도 두상이 짧게 자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모양이다. 더 이상한 건, 아내도 짧은 머리를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데(머리 길이보다는 머리숱이 빠진 것만 갖고 놀린다), 심지어 젊어보이고 건강해 보인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는 것이다(예의상 그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두어 주가 지나고 세 주가 지나서쯤이야 겨우 장교 머리를 피하고 원래 기대했던 길이로 자라 있으니, 짧긴 짧았는데 길다 짧다 신경써 주는 이도 없는데, 괜히 혼자서만 거울 앞에 서 있었나 보다. 셀카로 머리 길이와 수염을 찍어봤지만, 그건 아무래도 갑작그럽고 혐오스러워 보여 두어 달 전 동네 강변 메타세콰이어 길 산책할 때 아내가 찍어준 뒷모습 사진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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