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해 보고 싶게 만드는 책 - 아직, 도쿄
Posted 2020. 8. 16.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한 달여 전에 읽은 『교토의 디테일』(7/8/20)에 이어 g네 집에서 빌려 온 『아직, 도쿄』(임진아 글 ·그림, 위즈덤하우스, 2019)를 재밌게 읽었다. 타이틀부터 소녀 감성을 물씬 풍겼는데, 도쿄를 많이 가고 깊숙이 경험한 30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글과 그림을 통해 잔잔하게 들려주는 소소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도쿄 이야기다. 그 흔한 도쿄 사진 한 장 없는 대신, 챕터마다 저자가 그린 삽화 같은 소박한 그림들이 사진 이상의 풍경과 정취를 보여주었다.
자신이 아끼는 도쿄의 상점(즐거워지는 것을 사자), 커피 시간(내가 고른 테이블), 밥과 술(한 그릇씩의 틈), 산보(오늘 하루는 느리게 걷자), 책방(도시의 책장을 읽는 시간)을 너댓 개에서 예닐곱 개씩 꼽아 30편을 소개하는 구성도 촘촘한데, 도쿄의 순간순간 여기저기에 대한 애정이 티나지 않으면서도 듬뿍 담겨 있어, 마음이 읽혀졌다. 저자에게 "아직"은 "역시", "다시"와 동의어가 아닐까 싶었고, 도쿄를 처음 가는 여행자보다는 한두 번 가 본 이들에게 좀 더 유익한 책일듯 싶다.
글이 곱고 야금야금 읽히는 책이었다. 교토에 이어 도쿄 여행기를 읽으니 일본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는데, 그칠 줄 모르는 코로나19에 크게 개선될 기미를 안 보이는 한일 관계 등 세월이 하 수상해서 언제 다시 가게 되려나 알 수 없으니, 내게도 아직, 도쿄인 셈이다.^^ 여러 번 가도 좋을 도시여행 콘텐츠는 물론이고, 두어 시간 비행 거리나 적당한 여행 예산 등도 실용적이고 무난한 일본이나 대만은 일 년에 한 번씩은 옆동네 가듯 다닐 줄 알았는데, 아직이다.
이 책을 사서 먼저 읽은 g가 중간중간 밑줄을 그어놓았는데, 그 중 한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북적거리는 열차에 오른 후 시간이 흐르자 금방 한산해졌다.
점점 사람이 줄어들며 어딘가에 도착하는 걸 좋아한다.
도쿄는 그 감각이 사방으로 가능한 도시다. …
변화 속에서 휘둘리며 살더라도 단순하게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안고 가고 싶다. (269, 27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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