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가 바울
Posted 2020. 9. 5.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톰 라이트(N. T. Wright)가 쓴 『바울 평전 Paul: A Biography』(비아토르, 2020)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 양장 번역본이 740쪽이니(영서는 480쪽) 앉은자리에서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데, 그가 다녔던 다메섹-아라비아와 다소-안디옥-키프로스와 갈라디아-예루살렘-아테네-고린도-에베소-로마 등 도시나 지역들이 챕터 제목이어서 두세 도시씩 그와 함께 다니는 기분으로 읽어나가고 있다(그렇지 않았으면 사 놓고 출발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며칠 동안 반쯤 읽었다.
라이트 책은 웬만하면 사 놓긴 하는데(정열적인 필자라서 번역된 거만 수십 권에 이른다), 막상 많이 읽진 못했다. 조금씩 읽긴 하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간다. 딱히 어렵다거나 글이 난삽해서는 아니고, 이이처럼 논리적인 글은 따라가면서 생각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이런 독서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즐겨 읽은 건, 아무래도 <모든 사람을 위한 신약> 주석 시리즈(IVP) 18권 세트인데, 관심 있는 본문을 찾아 읽다 보면 간명하면서도 산뜻한 해석에 자주 끄덕이곤 했다.
이런 책을 읽을 땐, 바울이 성경 저자라는 무거운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한 특별한 인물의 생애를 마치 취재하듯 살짝 떨어져 관찰하면 도움이 되는데, 톰 라이트는 철저한 메시아 운동가라는 관점에서 바울의 생애를 평전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덕분에 박제된 바울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물을 만나는 것 같았다. 톰 라이트 특유의 광활한 지식과 논증, 상상력에서 비롯된 설득력 있는 관점과 번뜩이는 표현에 매료되면서, 중간중간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런 책, 마음에 든다.^^
이 책 다음엔 살짝 인터벌을 두고 또 다른 Paul을 읽을 참인데, 브루스 롱네커(Bruce W. Longenecker)의 Thinking through Paul이다. 성서유니온에서 작년초에 『바울』이라는 흔한 제목으로 냈는데, 이건 8백쪽이다. 무슨 인터뷰를 하고 선물로 받았다. 으~. 내가 목사도 학자도 아닌데, 굳이 이런 수고를 해야 하나 싶지만, 재미 있고 도움이 되면 끝까지 읽고, 그렇잖으면 조금 읽다가 내려놓거나, 빠르게 대충 훑어보고 다음에 필요가 생기거나 구미가 당기면 다시 읽으면 되니, 부담 없이 넘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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