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까진 갔다 와야지
Posted 2020. 8.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8월도 하순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검단산을 찾았다. 긴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급증하면서 어수선하고 뒤숭숭해서 산은 매일 바라만 보고 마음에만 있었는데, 주일 오후 무덥지만 물 한 병 넣고 유길준 묘역 방향으로 타박타박 오르기 시작했다. 쉼터에서 정상 가는 길 대신 약수터 방향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어서 시원한 물에 손을 담그고 얼굴을 씻고 싶은데, 정상 지나 하산길에서야 곱돌약수터를 만날 수 있기에 방향을 튼 것이다.
10분 정도 산허리를 걸어 약수터에 이르렀는데, 보통 땐 찾는 이가 많지 않더니 서너 팀이 약수터 바로 앞과 주변에서 땀을 식히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도 세차게 내린 비로 약수터 위로 작은 물줄기들이 3단, 4단으로 시원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요즘은 수질 검사를 하지 않아서 마실 순 없지만, 그래도 파이프관을 통해 세차게 뿜어내고, 그걸 받아 흘려보내는 스덴 대야에 손을 담그고 얼굴을 허푸허푸 씻어내리니 더위가 저만큼 물러가는 것 같았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물에 적신 후 짜서 길게 말아 목 주위를 감싸니 몸으로도 시원한 기운이 전해졌다. 벤치에 앉아서 녹색 충만한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았다. 얇은 책 한 권과 매트를 가져왔더라면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한 바위 위에 깔고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서 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곳인데, 거기까진 미처 생각 못했다. 늘 간편하게만 다니는 것도 이럴 땐 아쉽다. 그래도 얼음 같은 약수터에 팔과 얼굴을 씻었으니, 그만 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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