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타고 올라야만 해
Posted 2020. 10.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요즘 산길을 걷다 보면 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는 넝쿨 식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여름철부터 두드러지게 시작된 이들의 비행은 좌우로 어긋나 일정한 리듬을 타면서 2열 종대 또는 다양한 형태의 비행을 시도하다가 만나기도 하고 다시 흩어지기도 한다. 이들도 엄연한 식물이기에 땅속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흙 위를 지나 든든한 나무 지지대를 만나서는 확산이 수월해지고 표정도 풍부해진 건데, 보통은 사람키 정도까지 오르지만, 개중에는 훌쩍 키가 큰 것들도 많이 보인다.
어떤 건 나무를 꽤 높이 타고 올라가서 고개를 들고 한참을 바라봐도 안 보일 정도인데, 칡처럼 커다란 넝쿨식물은 주위의 나무들을 맹렬하게 타고 올라가는 정도를 넘어 휘덮기까지 해서 원래의 나무가 뭐였는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동네산의 넝쿨식물들은 그저 퇴적한 나뭇잎이나 이끼들의 친구가 되어 땅바닥을 수줍게 수놓는 정도다. 한두 달 뒤면 단풍까진 아니어도 잎이 마르고 바래면서 늦가을 풍경에 순응하다가 흙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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