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힘들어 보이네
Posted 2020. 10.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산에는 헐떡고개란 게 있다. 경사가 심하다 못해 급하거나, 길이 잘 나있지 않아 전진하기가 만만치 않은, 자타공인하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힘겨운 구간을 칭하는 말이다. 동네산에서도 오르막이 10분 안팎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다리는 후들거리고 헉헉거리게 만들면서 땀은 삐질 흘리게 만드는 구간은 이렇게 불러 준다. 검단산 등산로 세 곳에도 각각 이런 구간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죽었다 복창하고 열심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끝이 보이곤 한다.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면서 짧은 지그재그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능선은 나타날 기미가 없고, 세다가 중간에 꼭 헷갈리게 만드는 수백 개가 넘는 계단길, 손을 뻗어 짚어보려 하지만 잘 안 잡히고 발을 옮겨 보려고 몇 번을 시도하다가 헛발 짚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몸이 옮겨지는 구간 등과 함께 바위 사이로 온통 뿌리를 드러낸 길, 오래 전에 쌓아 둔 토사방지 흙비닐이 해어져 속에 있던 흙이 흘러 내린 구간도 힘들어 헐떡거리게 만든다.
그래도 산에 이런 길, 이런 구간이 있어서 오히려 오르는 재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산 아래서는 오늘은 그 앞까지만 갔다가 돌아서야지 했다가도, 어느새 그 길에 접어들고야 마는 작은 결단은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만든다. 어떤 때는 거기를 통과했던 몸의 기억이 아무 생각없이 다시 쑤욱 그리로 몰고가는 일도 생기는데, 그럴 땐 그냥 속으로 못 이기는체 씩 웃으면서 이끌려 가면 몸도 마음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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