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발걸음들
Posted 2020. 10.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나도 그렇지만, 올해 들어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면서 식당, 영화, 카페 등 실내에 들어가는 일보다 산책과 등산, 캠핑 같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물론 둘 다 안 하는 집콕이 가장 많이 늘어났지만^^). 원래부터 산에 다니거나 산보를 하는 중장년층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산책로나 등산로에서도 산뜻하고 푸릇푸릇한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덕분에 산과 강변도 훨씬 활기와 생기가 있어 보이는 것 같다.
그 전에는 주말 몰리는 시간대라야 앞뒤로 오르내리는 이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평일에도 운동 삼아 산길을 걷고 오르는 이들이 제법 보인다. 뒤에서 천천히 따라 올라가는 재미도 있고, 평소에는 그린과 브라운 일색인 나무 사이로 난 길을 색색의 걸음들이 채우는 풍경도 은근히 볼만 하다. 중장년들과는 달리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아웃도어 의류와 배낭, 등산화 차림이 아니고 편한 운동복 또는 레깅스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것도 보기 좋다. 나처럼 이어폰으로 뭔가를 듣는 이들도 부쩍 많이 보인다.
나처럼 홀로 걷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개중에는 이이삼삼 그룹으로 오는 이들도 제법 보인다. 친구, 연인, 가족 등 다양할 텐데, 처음에는 약간 왁자지껄하다가 중턱쯤 되면 대부분 조용해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이 산길에 순응하면서 군중 속의 고독이 시작되는 것이다. 산길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아 계속 말을 했다간 호흡이 가빠지면서 기운이 빠지기 때문이다. 문득 뒤에서 바라보노라면, 무슨 대단한 순례객들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거룩한 일상의 순례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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