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을 품은 나무
Posted 2020. 11.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추분 지나고 동지로 달려가면서 아침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새벽 산책길에 메타세콰이어 나무숲길에 들어서서 중간쯤 걷다 보면 등 뒤로 해 뜰 기운을 보이곤 했는데, 요즘은 이 길을 지나 강변길로 되돌아올 때쯤으로 일출이 늦어졌다. 그러니까 이 길은 왼쪽은 한강변이고 오른쪽은 갈대밭인데, 갈대밭 사이에 잎을 많이 떨어뜨린 커다란 나무가 보였고, 그 뒤로는 검단산이 흐르고 있었다.
이 정도 나무면 거의 느티나무쯤으로 보이는데, 큰 품으로 산을 가리고 있는 게 문득 산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검단산은 뒤로는 밝아오는 일출을 받고 있었고, 앞으로는 이 나무의 넉넉한 품에 안긴 모양새로 비췄다. 허옇게 넓은 밭을 이룬 가을 갈대밭까지 찬조출연해 일대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해가 조금 더 돋아 붉은 빛이 가미됐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 정도 풍경만으로도 새벽 산책에 나선 발걸음을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한 과일상자들 (0) | 2020.11.13 |
---|---|
멀리 안 나가도 좋구나 (0) | 2020.11.10 |
맘모스 닮은 수양버들 (0) | 2020.10.31 |
가을 새벽 산책길 풍경 (4) | 2020.10.19 |
집앞에 논이 있었네 (0) | 2020.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