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25년
Posted 2021. 1. 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연말에 OMF 패밀리 멤버십으로 온 책을 하룻만에 훅 읽었다. 눈 내리는 빽빽한 자작나무 그림을 배경으로 삿포로의 한자 札幌(이런 한자는 잘 안 쓰는데 음독은 '찰황'이다)이 세로로 놓인 표지가 깔끔했다. 눈의 도시 삿포로에서 25년간(1990-2014) 선교사로 일했던 이가 거기서 만났던 일본인들, 일했던 교회 두 곳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몇 번 나눠 읽으려다가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앉은자리에서 읽었다.
선교사들의 이야기, 선교 현지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감동적이거나 과장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OMF라는 오래된 선교단체에서 일했던 선교사답게 잔잔하고 담담하게 지난 날들을 기록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읽혔다. 재미와 감동, 도전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오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몇 년 전 가족여행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눈이 내리면 1미터 이상 쌓인다는 겨울에 가고 싶은 도시라 더 친근하게 읽혀졌다.
이수구 선교사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복음이 전파됐지만, 영적으로 척박하고 불모지와 같은 일본 교회에서 제자훈련과 전도폭발 패러다임으로 접근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때 한국교회에도 유행했지만 지금은 조금 한물 간 프로그램들로 치부되고 있는데, 일본교회의 필요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도입해 정착시켰다. 25년간 한 지역에서 수고한 이야기들 하나하나는 힘이 있고 감동적인다. 요즘 같은 겨울에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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