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낼 때와 가릴 때
Posted 2021. 1.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요즘 강변을 산책하다 보면 잎을 다 떨어뜨리고 가지만 남은 나무 저 높이 숨어 있던 새집이 여럿 눈에 띈다. 은행나무 위에도 잔 가지들을 수십, 수백 차례 물어다 차곡차곡 건축하면서 이만하면 적들로부터 보호하고 방해 받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을 텐데, 매년 이맘 때면 홀라당 정체를 노출시켜야 하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벌써 이사를 가서 새 집 터를 모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엔 큰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채색했는데, 산책길 안내판 위에도 소복이 쌓이는 바람에 무슨 글자가 써 있었는지 가려 놓았다. 뭐, 특별한 건 아니었을 테고, 기온이 좀 오르거나 바람이 불면 눈을 씻어내 다시 읽을 수 있겠지만, 잠시 얼마 동안이라도 자기를 읽는 산책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어 한 숨 돌렸을 것 같다. 드러내고 가리고, 노출과 은폐가 함께 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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