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힘들었겠구나
Posted 2021. 6.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동네산이긴 해도 6백 미터대의 검단산은 2백 미터대의 이성산과는 거리나 시간 그리고 난이도에서 제법 차이가 있다. 원래도 빠르지 않지만, 스피드는 떨어지고 꾀는 늘어난 요즘은 왕복 4시간은 잡아야 해서 정상까지 가는 날보다 중턱에서 한 바퀴 도는 날이 더 많아졌다. 매주에서 격주, 매달이 격달로 정상 구경이 점점 뜸해지고 있다.
지난주엔 모처럼 정상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데, 정상 주위에 둘러놓은 밧줄 펜스를 지탱하는 나무 위에 곤충 한 마리가 숨을 죽이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엎드려 다니는 게 원래 기본자세겠다^^). 보통은 등산객들이 주는 땅콩 같은 먹이를 받아 먹으려는 곤줄박이 같은 작은 새(1/31/20)가 날아와 앉는자리인데, 녀석의 차지가 되었다. 꼭대기에 올라 가장자리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걸까.
나름 완벽한 보호색으로 등산객이나 새들의 눈에 잘 안 띈다는 게 내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무심코 손으로 툭 쳐서 떨어뜨리려다가 내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녀석도 예까지 올라오려면 제법 수고해야 했을 텐데 그럴 필요는 없겠다 싶은 동병상련의 정으로 내려올 때까지 그냥 놔두고 지켜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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