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주
Posted 2021. 11. 21.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
11월 들어 교회들도 온라인예배에서 벗어나 대면예배 분위기로 전환하는 것 같다. 작년 2월 중순 이후 거의 만 2년만이다. 중직을 맡고 있거나 열정적인 마인드였다면, 비대면예배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움직여 대면예배로의 복귀를 희구해 왔을 텐데, 무소속/무적 교인인지라 자유와 편리에 편승/기생해 왔다.
슬슬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하나 싶은데, 이런 우리 생각을 눈치챘는지, 두 주 전 예배에서 이제 그만 디지털 방주에서 벗어나라는 도전을 받았다. 그동안 유튜브 중계를 통한 온라인예배가 성도들의 디지털 방주 역할을 톡톡이 했지만, 방주는 방주일뿐 언제까지나 방주 생활에 만족하거나 머물 수는 없다는 지당한 메시지였다.
디지털 방주 안에서 보호와 안전을 누릴 수 있었지만, 물리적 환경에 지배 받기 쉬운 존재인지라 어느새 익숙해졌고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디지털 신앙은 광야 이후 가나안 생활처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형편이나 상황에 쉽게 순응하는 나약한 존재가 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연말까진 방주 안에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백신의 경우처럼, 우리가 자칫 전염의 숙주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알량한 생각과, 방주 밖으로 나가는 게 단순한 공간 이동이나, 과거로의 회귀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마음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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