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의 흔적
Posted 2022. 8.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광화문 대로변의 도로 폭을 크게 줄여 한쪽에 광장을 만드는 공사가 끝났다는 뉴스를 듣고, 주일예배와 식사를 마치고 1, 2분 걸어서 가 봤다. 8월 한낮은 아직 도심을 걸을 만하지는 않아 오래 머물진 않고 대략 분위기만 파악하고 돌아섰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건 충무공 동상이다. 칼집을 왼손에 잡고 있어 어색하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어쨌든 광화문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 가운데 하나였다. 전에는 어땠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뒷면도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 건물이건 작품이건 앞 면만 아니라 뒷 면까지 보면 좀 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68년에 박정희가 헌납했는데, 이은상과 김세중이 각각 명문을 짓고 청동 동상을 작업했고, 글씨는 박정희가 썼다는 기록이 보인다. 전면의 동상 아래 글씨를 말하는 건지, 뒷면의 제작기를 말하는 건지 불분명해 보이지만, 어쨌든 과거 통치자들은 이렇게 근사한 데에 자기 이름을 남기고 싶어 했던 건 확실하게 알겠다.
굳이 남기려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부추기거나 알아서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박정희만 해도 그런대로 글씨를 잘 쓰는 축에 들었고, 3김까진 나름 붓을 잡을 줄 알았던 것 같다. 붓을 안 잡는 시대가 됐기도 하고, 이런 (쓰기도, 봐 주기도 어려운) 관행도 사라질 때가 진작에 지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