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싸고 맛있는 점심
Posted 2011. 4.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출근길에 외곽순환고속도로 안양/평촌 I/C로 나오면 안양농수산시장을 지나게 된다. 농수축산물을 다 파는 큰 도소매 시장으로 구경거리가 많다. 중간에 상가 건물이 있는데, 식당과 사우나가 있다.
일주일 전쯤 이 상가 벽에 2층 식당의 점심메뉴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해물탕류가 4천원인데, 일단 가격이 너무 착하다. 한 번 가 봐야지 하다가 어제 점심 시간에 산에 가는 대신 혼자 슬슬 걸어 가 봤다. 사무실에서 롯데마트를 거쳐 약간 빠른 걸음으로 딱 10분 거리였다.
상호는 평촌활어회센터. 기존 메뉴 외에 점심 메뉴로 내는 것이 7종인데,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다 가격이 심히 저렴했다. 요즘 어딜 가도 이런 가격 구경하기 어렵지 않은가. 너무 싸서 맛은 어떨까 했는데, 밑져야 본전 아닌가. 관례대로 1번 메뉴 해물탕을 주문했다.
넓은 좌식 홀에 손님은 몇 안 됐다. 신문을 보며 10분쯤 기다리니 상이 나온다. 짜자잔~ 오, 이게 정말 4천원짜리란 말입니까? 꽁치 구이 한 마리에 계란찜까지 밥과 탕 외에 반찬이 6가지다. 조금씩 맛을 보니, 다 괜찮다. 이쯤 되면 마음이 급해지면서 표정관리가 잘 안 된다.
자, 문제는 탕인데, 메인 음식이 별로면 조금 서운할 것이다. 뚝배기도 제법 크고 깊었고, 국물 높이도 8부 능선이 넘는다. 쑥갓 듬뿍 얹은 비주얼도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고 먹음직스러웠다.
드디어 한 숟갈, 뜨거운 국물을 떠서 입에 넣는다. 국물맛이 혀에 닿는다. 에헤라 디야, 대박이로세! 짜릿한 해물탕 국물맛이 온 입을 적시며, 몸으로 흡수된다. 간도 잘 된데다가 해물탕 특유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수산시장에 있는 식당이 재료 아껴 무엇하겠냐는 듯이 재료를 듬뿍 썼다. 중간 크기 홍합이 7-8개, 역시 중간 크기 새우 2마리, 작은 조개 2개, 오징어다리, 미더덕 작은 것 4-5개, 무, 콩나물 등을 재료로 국간장과 새우젓 간이 잘 됐다.
4천원 내고 먹기엔 조금 미안한 맛이었다. 당분간 거의 매일 가서 점심메뉴 7종을 섭렵해 볼 요량이다. 가 보자고 할 땐 시큰둥해 하던 직원들이 인증사진을 보여주니 다들 반색을 하는 걸 보니, 따라 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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