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은 셀프
Posted 2011. 5.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물가가 오르면서 음식값도 1, 2천원씩 올랐다. 세금도 그렇지만 밥값도 오르기는 쉽고 금세 표가 나지만, 내리기는 좀처럼 쉽지 않고 테도 잘 안 난다. 기본 5천원하던 점심이 6천원이 되었고, 그 이상 받는 집들도 생겼지만, 내용이나 맛은 오히려 떨어진 데도 많은 것 같다.
식당을 하는 사람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모름지기 밥장사는 인심이 후해야 잘되는 법이다. 맛도 좋아야 하고, 양도 푸짐해야 하고, 두루 인심이 좋아야 번창하는 법. 재료비 조금 아끼겠다고 인색해지면 손님들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어버이날 어머니를 모시고 간 한남동 <신토불이>는 전에도 몇 차례 가본 적이 있어 보광동에 가면 종종 들리는데, 전에도 그랬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반찬을 셀프로 담아가게 했다.
홀 가운데 좌식 냉장고에 찬통이 놓여 있고, 앞에 각접시가 높이 쌓여 있었다. 맛은 어떨지 몰라도 반찬그릇과 각접시들 늘어놓고 쌓아놓은 것만 봐도 포스가 느껴진다. 반찬 종류는 김치류가 절반이 넘었고, 대부분 야채류였다. 오뎅이나 감자는 없고, 고추멸치볶음과 건새우가 겨우 체면치레했다.
실망하려는 순간, 조금씩 떠와 맛을 보는데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맛이 좋고 간이 잘돼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도가니탕, 우리의 돌솥비빔밥에 잘 맞는 찬이었다. 신김치 지진 것과 동치미가 시원했고, 오랜만에 먹어보는 쑥갓나물도 간이 딱 좋았다(로즈매리는 나물로는 처음 먹어본다나). 떠 오진 않았지만 김가루 부숴 놓은 것도 있네.
두 번씩은 갖다 먹은 것 같고, 어떤 건 한 번 더 덜어오기도 했다. 이즘 되면 반찬 셀프 시스템이 나같이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 이들에겐 반갑기 그지없다. 이름값하는 신토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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