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샤시 없는 일본 아파트
Posted 2023. 2. 2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후쿠오카 주택가를 걷다 보니,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 만큼은 아니어도 간간이 십여층 아파트들이 보였다. 그런데 외관상 우리와 다른 게 보였는데, 베란다 전체에 샤시 장치를 해서 옆집과 완전히 독립하거나 고립하는 우리와는 달리 마음만 먹으면(?) 옆집으로 넘어갈 수도 있게 아랫 부분에만 샤시를 해 놓은 집이 대부분이었다.
건축 기법상의 차이일 수도 있고,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꽁꽁 싸매고 완전히 닫아 잠그지 않고 약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게 일종의 여백의 미학처럼 읽혀졌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굳이 그렇게까지 비용을 지불하진 않겠다는 것과, 이 정도로 안전이 위협 받진 않는다는 사회 문화 같은 게 느껴졌다.
도난 방지나 가택 침입 같은 안전의 관점에선 약간 허술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 나름 대로 커버하는 유무형의 안전장치가 있을 것이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약간의 숨통 같은 걸로 읽혀져 나쁘지 않아 보였다. 기차로 오면서, 또 시내를 걸으면서 후쿠오카 시에도 제법 아파트가 보였지만, 우리처럼 빽빽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젯밤 주말에 국제 뉴스를 전하는 <세계는 지금>을 보니, 마지막 꼭지에서 도쿄 근처 50년 된 대단지 아파트 인구가 줄고 상가도 없어지면서 이동식 슈퍼가 유행이라는 약간 심각한 이야기가 나왔다. 50년 전 30대에 입주해 80대가 된 주민들을 보면서 아파트 베란다 샤시 운운하는 게 괜히 한가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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