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에 읽은 <침묵>
Posted 2023. 4. 7.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며칠 동안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읽었다. 두어 주 전 명동에 갔을 때 사 왔는데, 가톨릭 책을 내는 바오로 딸에서 나온 B6판 양장본 커버가 예쁘다. 1966년 일본에서 나오고 얼마 안 지나 1973년에 번역본이 나왔으니 올해로 꼭 50년이 됐는데, 가톨릭은 물론 개신교인들과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도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 셀러 중 하나이다.
1630년대 일본 규슈 일대에서 당시 3, 40만으로 추산되는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박해를 다루는데, 예수나 마리아의 목판 구리 성화판을 밟게 하는 '후미에'(踏絵)란 배교를 강요당하며 죽어가거나 전향하는 일본 성도들과 포르투갈 선교사에 대해 내내 한 말씀도 안 하시며, 잠자코 계시는 하나님의 침묵을 담담히 그려낸 역작이다.
늪지대 같은 일본에서 천당을 희구하며 끝까지 신앙을 지키는 민초들, 배교와 회개를 반복하는 기치지로, 선교사 로드리고와 페레이라의 고뇌. 마침 고난주간이어선지 오래 전에 읽었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수난 받는 예수와 제자들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서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힘과 중간중간 쉬었다 읽어야 하는 아픔을 함께 느끼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JP 말로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나가사키에 엔도 슈사쿠 문학관이 있다는데,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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