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피날레
Posted 2024. 8.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주말 이틀간 올림픽 남녀 마라톤 경기를 시청했다. 마라톤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파리 시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면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마라톤은 폐회식 스타디움에 운집한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무리되는데, 양성 평등을 기치로 내건 이번 올림픽에선 여자 마라톤이 마지막 날에 열렸다.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 6분대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한 톨라 선수(에티오피아)는 두 주 전에 대체선수로 막차의 행운을 잡았다는데, 올림픽 우승으로까지 이어졌으니 굉장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라톤 경기의 특성상 일년에 두세 차례 출전하는 게 보통인 상황에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참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여자 마라톤은 더 극적이었는데, 40km 지점까지 너댓 명이 거의 나란히 달리다가 막판에 넷, 셋, 둘로 좁혀지더니 하산 선수(네덜란드)가 막판 스퍼트로 3초 차이로 우승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선수가 이번 올림픽 5천 m와 1만 m에도 출전해 둘 다 동메달을 따고 마라톤에선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니, 가히 장거리의 여왕이라 불러도 무방할듯 싶다.
개막식부터 두 주간 중계된 올림픽은 우리 선수들의 기대 이상의 선전과 함께, 화면빨이 뛰어나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센 강과 에펠탑을 필두로 경기장 주변의 세련된 풍경은 계속 TV 앞에 앉아 있게 만들었다. 새벽 두세 시에 본 경기도 여럿인데, 이제 올림픽이 끝나고 늦더위를 견디면 가을 바람이 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