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et 경비원
Posted 2024. 8. 19.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작년 말에 나와 스테디셀러가 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All the Beauty in the World>를 사 두고 미루다가 주말에 서둘러 읽었다. 교회 문화예술위원회가 이 책으로 독서 토론한다는 광고를 보고, 어떻게들 읽고 나누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읽기 전엔 타이틀이 다소 튀어 보였는데, 읽고 나니 독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 같다. 원제는 7만 평에 3백만 점의 작품, 연 7백만 관람객으로 요약되는 '메트'라는 거대한 미술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지만, 직역해 출간했다면 아무래도 그만한 주의와 흥미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가 붙였을지 편집자가 붙였을지 모르지만, ▶ 완벽한 고요가 건네는 위로(2장) ▶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6장) ▶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13장) 같은 13개 챕터 제목들도 흥미로운데, 10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해 누구보다고 낯익은 공간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면서 무겁지 않은 가이드 역할을 자임한다.
이 책의 미덕은 전문 작가나 미술사 전공자 또는 전문 가이드도 아니고, 나같은 얼치기 여행자나 방문객의 들뜬 시선이 아닌, 반복되고 축적된 경비원 어저씨의 차분하고 노련하고, 동시에 신뢰할만한 경험과 시선을 따라가면서 메트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번거로운 미술관 관람 수칙 ABC 같은 것도 없어서 편하다.
20대 한창 나이에 형의 투병과 죽음으로 다소 급작스럽게 인생행로를 수정했지만, 10년을 미술관 구석구석에서 보냈고, 대학에서 미술사 과목을 여러 개 듣고 <뉴요커>에서 일한 경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술술 읽히는 책이다. 한창때였다면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하는 단순한 일에 흥미가 안 느껴졌겠지만, 이런 곳이라면 할만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교회 독서토론 모임은 첫 모임이라 서로를 소개하고 관련된 대화를 편하게 나누는 자리였고, 이 책은 다음달에 다루기로 했다.^^ 알차면서도 부담없는 모임을 위해서 책꼽문(책을 읽으면서 각자 꼽은 문장)을 하나씩 나누자고 제안했는데, 다들 그러자고 했다. 나는 아직 메트엔 간 적이 없는데, 다녀온 아내가 머그컵 살 때 받은 배지다.
'I'm journaling > 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0) | 2024.09.11 |
---|---|
설렘→심드렁→애틋한 파리 여행 (0) | 2024.08.29 |
시에나에서의 한 달 (0) | 2024.08.16 |
알라딘과 24년 (0) | 2024.07.31 |
건축가의 수도원 순례기 (6) | 2024.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