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심드렁→애틋한 파리 여행
Posted 2024. 8. 29.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3주 전에 산 책을 야금야금 읽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포함해 모두 42장인데, 하루에 두어 장씩 아껴가며 읽었다. 카피라이터로 20년 가까이 일하다 퇴사하고 파리에서 두 달 살이한 김민철 작가의 여행 산문집이다. 파리를 설렘 필터를 꼈다가 심드렁 필터로 바꾸고, 애틋 필터로 마무리하며(39장)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었다(나는 차분 필터를 하나 더 장착했다^^).
약간 과장하자면, 아름다운 여행기였다. 카피라이터 특유의 변주되면서 반복하는 감칠맛 나는 표현과 문장들은 빠르게 읽는 걸 막았다. 5, 6월을 뤽상부르와 뷔트(언덕이란 뜻이란다) 쇼몽 공원 근처 두 집에서 한 달씩 머물며 정말 깊이 사랑하는 파리의 골목과 사람들, 미술관 풍경을 중심으로 두 달간 지내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천천히 읽었다.
감초처럼 나오는 빵집과 치즈 가게, 와인 이야기도 좋고, 파스텔화 한 달 수업과 방문한 두 친구와 각각 함께 하는 여행 이야기도 정겨웠다. 같은 회사에서 일한 김하나가 선이 굵다면 김민철은 여성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글과 매혹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작가였다. 잘 꾸민 양장본 앞뒤 표지를 펼친 풍경이 내용을 말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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