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로 부르는 시
Posted 2024. 8. 3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여름 더위로 못 만나던 처남 내외를 두물머리에서 만났다. 세미원 넓은 주차장에 대고 기다리는데, 돛단배 모양의 제법 큰 시비가 눈에 들어왔다. 남한강 북한강 두 물이 만나는 양수리에 잘 어울리는 박문재 시인의 시가 세겨 있었다. 이 시는 전에 다른 데서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획실치 않다.
이 동네로 오라는 부드러운 청유형 시제와 함께 시인에겐 그리웠던 양수리 풍경과 정념을 담고 있는 시였다. 90년대에 세워진 신양수대교가 나오는 걸 보니 아주 오래된 시는 아닌데, 이따금 삼등열차가 다니던 무심한 마을이란 대목은 제법 오래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두물머리는 집에서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나와바리지만, 동네 강변 산책로가 있어선지 자주 가진 않았는데, 간만에 이런 시를 보면 묘하게 자극되는 우리 세대 정서가 있다. 띠동갑 처남은 그새 조금 어깨가 굽은 느낌인데, 연입밥집에서 테이블 옆 주류 냉장고를 살피다가 산삼주를 꺼내왔다(이런 상표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저렴했다). 두물머리의 정기를 받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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