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봉투
Posted 2024. 8.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주초 이틀간 상가 조문을 다녀왔다. 하루는 앓던 사촌 누이가, 또 하루는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부친께서 돌아가셔서 안암동과 구의동에 있는 병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자켓을 걸치고 지하철을 나오면 체감온도가 40도에 가까운데, 짧은 순례자 모드로 걸어가 빈소를 찾아갔다.
아버님 형제가 여섯이니 우리 형제 다섯을 빼고도 사촌 형제들만 스무 명 가까운데, 나는 어린 축에 들어 사촌 형들은 봤어도 누이들은 어렸을 때만 봐서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가족 명단의 조카들은 만난 적도 없어 남남인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부의 봉투를 들고가서 어색한 조문을 하게 된다.
한두 해 전부턴 사촌들의 경조사를 가도 그 많던 사촌들을 못 보는 일이 많아졌다. 건강들이 안 좋은 겐지 다들 축의금이나 부의금만 보내고(요즘은 안내 문자에 계좌번호까지 적혀 있다) 직접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월요일 병원 장례식장에서 부의(賻儀) 봉투를 하나 더 가져왔는데, 바로 다음날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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