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동 까치 놀이터와 115동 까치집
Posted 2026. 3.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우리 아파트 거실에선 종종 비둘기 우는 소리가 들릴 뿐 다른 새들은 잘 구경할 수 없는데, 얼마 전엔 까치들이 깍깍대는 소리가 들려 베란다로 나가봤다. 바로 옆동 에어컨 실외기 두세 개에 까치 몇 마리가 날아와 앉다가 다시 날아가기를 반복하면서 낸 소리였다. 겨울엔 작동 안 하는 실외기가 훌륭한 놀이터인 모양이다.
까치는 육안으로도 식별하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크고, 특유의 우는 소리에, 블랙앤화이트의 생김새도 뚜렷한 편이라 웬만하면 누구나 쉬 알아볼 수 있다. 긴 꼬리를 내리고 살포시 앉아 있는 자태는 고고하기까지 한데, 좀 더 선명한 모습을 찍으려고 방충망을 살살 열어도 한동안 날아가지 않고 앉아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까치가 앉아 있던 데는 120동 9층인데, 115동 8층 측면 외벽 앞 메타세콰이어 나무에 까치집이 숨어 있다가 겨울이 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얘네들도 우리네처럼 고층이나 저층보다는 중간층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까치가 날아오면 반가운 일이 생긴다는데, 아직 그 좋은 일은 안 일어났는지, 아니면 내가 미처 알아채리지 못하고 있는 겐지 잠잠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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