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사랑
Posted 2023. 8.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여름 내내 우리집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다. 8층인 우리집 베란다가 아무렇지도 않은듯 매미들이 한 마리에서 네 마리까지 랜덤으로 날아와 방충망에 발을 걸치고 날개를 들썩이며 울어댄다. 주로 저녁 나절부터 새벽 시간대까지 시간도 자기들 맘대로다. 와서 울어대면 속절없이 들어줘야 한다.
집 주변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은데도 여름이면 거의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걸 보면, 우리집이 매미 세계에 괜찮은 집으로 알려진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엔 꽤 시끄러워서 방충망을 툭 쳐서 날아보내기도 했지만, 이내 익숙해지서 그냥 환대하고 있는 걸 이 친구들도 아는 모양이다.
보통은 두세 마리가 날아와도 창문을 하나씩 차지하면서 서로 떨어져서 울어대는데, 엊그제 저녁에는 사이가 좋압 보이는 두 마리가 함께 날아와서는 거의 껴안다시피하면서 울어댔다. 둘이 30여분 거의 꼼짝하지 않고 취하는 포즈며, 우리 귀가 매미의 음역대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서 그렇지, 매미의 러브송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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