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영성
Posted 2023. 9.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나는 설거지에도 영성이 있다고 믿는다. 설거지 하는 행위와 시간, 공간 그리고 마음 등등 두루 영성이 스며들어 있다고 믿는다. 다른 영성이 그렇듯이 측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영성이 그렇듯이 설거지 영성도 축적되는 것 같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은 뒤 그릇 등에 묻은 걸 닦아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시간이 제법 걸리는 귀찮은 일이다. 뚝딱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물로 한 번 가볍게 씻어내고, 세제 거품을 묻힌 수세미에 살짝 힘을 주어서 닦아내고, 흐르는 물에 씻고 행궈 물기를 줄여 거치대에 기울여 올려놓는 일은 기계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식기 세척기를 쓰는 집은 별도로 다뤄야 한다).
닦이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 걸 한 번에 하나씩 해야지, 도맷금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에서 설거지 영성이 빛이 나는 것 같다. 미니멈 5분에서 30분 정도 걸릴 때도 있는데, 시간과 수고와 피곤이 한데 어울어져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좋은 일상훈련(discipline)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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